우리학교의 칠판을 열면 그 안에 일반 칠판사이즈의 3/4은 되는 대형 터치스크린 TV가 있다.
처음 본 순간...오호! 이거 잘 이용하면...?
기존의 내 홈페이지를 요리조리 활용해볼까?
그날의 용어나 흐름에 대한 핵심개념정리 질문을 10개 정도 만든다.
내홈페이지에 그 질문의 내용을 올리고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답을 유도한 후 "정답"글자를 손가락으로 톡 누르면 답이 튀어나온다.
이후 학습지의 빈칸을 대화하면서 메워나가는데, 역시 나의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드래그하면 답이 나온다.
그날 차시에 동영상이 필요하면 학습지화면의 적절한 장소에
미리 올려놓은 URL을 톡 치면 동영상이 스크린에 가득찬다.

도표를 이용해야 할 때 파워포인트로 동적인 영상으로 만든다. 
인터넷으로 이쁜 무선 마우스를 주문해서 교실 아무데나 돌아다니면서 누르면 파워포인트가 실행 실행.
돌아다니다 그 마우스로 학생 책상위에 올려놓고 화면 원하는 곳을 클릭하면 작동.
물론 동영상이나 파워포인트는 매시간 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 적절할 때만.
홈페이지는 학습지 내용을 바빠서 못 올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시간 사용했다.

그런데 11월 말 수업연구를 하게 되었고, 이후 어느 선생님께서 홈페이지 강좌를 해 달라고 제안했다. 그러겠다고 했다. 10여명의 선생님께서 신청하셨다. 결국 저녁 5시~6시까지 수일간 학교에 남아 선생님들에게 방법을 알려드렸다. 블로그나 카페와 다르게 제로보드 XE로 만들려면 선행자의 약간의 도움이 필요했다. php언어도 약간 알고 있으면 더 좋다. 아직 미완성인 분도 계시지만... 홈페이지는 내용채우고 꾸준히 운영해나가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 말한다.
동교교사에게 홈페이지 강의한다고 뭐가 있나요?
(맞다. 현상적인 반대급부 없다. 아! 술한잔 대접받았다.^^)

예전 학교의 선생님께서 연락이 왔다. 예전 학교 시범학교 보고회를 하는데 파워포인트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보고서 몇 백쪽 짜리 2권만 주신다. 스토리보드없다. 난 그것을 읽어보고 내용분석을 한 뒤 만들어야 했다. 추석 3일 전에 받고 추석 다음다음 날까지 완성해야 했다. 추석 3일전은 시할머니 제사, 추석전날은 내 생일, 추석날은 차례상(외며느리 종부임), 추석다음날은 시어머니 칠순잔치였다. 추석다음다음날은 출근이다. 혹시 그 모든 일들을 다 못할까봐 마음이 그렇게 닳아 보기는 처음이었다.
결국 슬라이드 120개짜리를 완성해서 보내드렸다.
 
우리 학교 실업부에서 전문계고 무슨 발표대회에 쓸 보고서를 보고 파워포인트를 해달란다. 나는 아무 군소리 없이 최선을 다해 만들어 드렸다. 그리고 얼마 뒤 또다른 프리젠테이션을 부탁해왔다. 시간을 너무 촉박하게 주셔서 집에와서 저녁밥을 짓는데, 쌀에 물도 안넣고 불에 올렸다. 시간내 되겠나 싶어서 초조했었다.
나중에 몇 백쪽짜리 보고서를 읽으면서 너무너무 미안했다.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하셨는데,
그 업무 담당이 아니라 하더라도 같은 학교에서 이렇게도 몰랐다니... 그 부장님이 한 켠으로 존경스러웠다.
 

실은 추석무렵 예전학교 파워포인트를 120쪽이나 만든 이유도 예전학교 담당자가 너무 충실하게 과학시범학교를 운영하여 양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열정과 능력을 파워포인트를 만들며 조금이나마 배웠다. 예전학교 담당자에게도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과학과선생님들을 위해 파일을 올려드릴까요?)
 

난 학교에서 업무상 별도의 방에서 소수인원과 근무하고 있다.
학교에서 말을 많이 하지도 않고, 별로 돌아다니지도 않는다.
나의 수업과 나의 업무를 해 나갈 뿐이다.
내가 바보같아서 그런지 누군가가 부탁을 하면 선선히 받아준다.
왜냐하면 그 분들도 열심히 사시는 과정에서, 시간이 없어서 혹은 조금의 기술이 필요해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어찌 거절하겠는가?
 
 
그런데 이런 나의 행동을 보고 등신같이 좀 살지말란다.
그 전에는 고등학교 소속이면서 중학교 연구학교 일 다 해주더니, 참으로 실속없단다.
맞다. 실속없다.
생각해보면 나에게 내 것인 일은 교사라면 누구나 다하는 학교수업과 업무이다.
그런데 속상하지는 않다.
수업하는 것이 즐겁고,
예를 들어 업무 중의 하나인 학교축제도 이리저리 연구하고 기획해서 해보면 학생들이 저리 기뻐하는데...
그 자체가 좋다.
일이 폭포수처럼 밀려왔을 때도 몸이 피곤할 뿐이지 마음이 괴롭지는 않다.
그 분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같이 행복해진다.
어쩌면 시간이 흐를수록 동료들의 따뜻한 시선이 우리의 학교를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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