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년동안 학생부장을 했었다.
부장을 한다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본다.
해당 부서업무의 결정권과 기획방향에 있어서 거의 70프로는 부장의 손에 있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부장혼자서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학생부의 업무는 다른 교사와 학생들과 유기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다.
 
제일 먼저 고민한 것은 교문지도를 해야 하는가였다.
학생들이 아침에 기분좋게 등교해야 함에도 교문에 들어서면서 마음졸여야 하고 때론 월장을 감행해야 하며
심지어 오자마자 쥐어박히면 다행이다. 엎드려뻗쳐에 큰소리로 복창을 하지를 않나? 간혹 교문근처에서 엉
덩이를 두들겨맞기도 한다.

이것은 2009년 현재 학교에서도 목격하는 장면이다.
교문지도를 하면 모든 교사와 관리자에게 학생부장이 열심히 일하고 있음을 가장 강렬하게 전할 수 있다.
모두들 학생부라하면 교문에서 커다란 매를 들고 포스를 풍기며 기다리고 있는 학생부장을 상상하지 않을까?
 
 
그러나 학생부에서 교문을 감시할  때 만나는 학생들은 가장 정상적인 시간에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이다. 두발단속을 피해 작정하고 새벽같이 오는 학생은 만날 수 없다. 학교 와 주는 것만으로 고마운 요주의 학생들은 학생부교사들이 철수하고 난 뒤에야 학교에 어슬렁 나타난다. 주로 8시 50분에서 9시 10분 사이가 마의 시간대이다.
 

특히 담임의 통제력이 약한 학급은 이런 현상이 심한데 학생부의 지도력도 요리조리 피해가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 나는 교문지도를 없앴다. 첫째는 비교육적이고, 둘째는 비합리적이었기 때문이었다. 1년동안 단 한번도 교문지도를 하지 않았다.
 
 
두번째 고민한 것은 두발단속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였다. 강제이발은 물론 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시도때도 없이 지나가다가 걸리는 학생은 야단치는 것? 걸리는 학생만 재수없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럼 두발단속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교복단속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끝없는 신경전을 학생들과 펼치면서 왜 이런 업무는 학생부만 해야 하는지 담임에게 계속 섭섭해 해야 할 사항인가?
 
 
세번째 고민한 것은 흡연단속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였다. 담배피다가 걸리면 데려와서 두들겨 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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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근무하던 학교는 인문계고등학교 남녀공학이었다. 인문계라하면 괜챦은 학교라 상상할 수 있겠지만,
전교 1등의 모의고사 성적이 보통 언수외 3,4,3였다. 실업계고 탈락해서 오는 학교였다. 학생들의 불량성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그런 학교에서 내가 학생부장을 자원했을 때 친구는 "기름지고 불구덩이 뛰어든다."고
표현했고, 교장선생님께선 " 과연 여자 몸으로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한다.
 
 
법치주의가 우리 나라에서 제대로 시행된 것은 언제일까? 삼국시대? 고려시대? 아니다. 조선시대이다. 고려
시대까지는 성문법이 없었다. 명문규정에 의한 법치주의가 시행된 것은 조선 시대인데, 그것도 민법은 없었
다.
 
 
오늘날 법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사회구성원 다수간의 공통된 합의를 규정하고, 사회구성원들에
게 행동의 미래를 예측하게 해 주는 지표이면서, 타자에 대한 제어 기준을 마련해 준다.
학교는 법치주의를 하는가? 있긴 있다. 그런데 유독 학생생활규정은 법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누군가 관가에 끌려오면 그때 그때 사또의 판단에 따라 "저놈을 매우쳐라"라고 하는 것이다. 어느 학생이
거의 교복을 입지 않고 학교에 온다. 어느 선생님은 내버려두고, 어느 선생님은 데려와서 두들겨 팬다.
물론 학생생활규정이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성이 없거나, 모호하여 실제 학생생활과는 따로 놀고
있다.
 

그래서 학생생활규정 전반에 관하여 학생들과 토론회를 했었다. 이것은 내가 학생부장하기 직전 겨울에 했
던 것이었고, 나도 토론회에 참석하였다. 양쪽다 흡족하지는 않았지만, 두발에 관해서 어느 정도 합의를 이
루었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부 운영을 다음과 같이 하였다.
우선 상벌점규정을 만들었다. 난 이 규정이 학교의 법치주의 실현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단속해야 할 사항이라면 대처 방법도 통일하는 것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지켜야 할 여러 가지 사항을 만들고, 그 사항에 위반인 경우에는 벌점이 추가되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1교시 전 지각 1점, 1교시 후 지각 2점, 실내외화 구분안했을 때 1점, 교복 안 갖추었을 때 1점, 담배피다 걸리면 2점 등이다. 담임이 종례시 학생부에서 내어준 서식표에다 매일 체크하게 하였다.
 
 
이것을 1개월을 기준으로 통계를 낸다. 벌점이 7점 이상인 학생은 월말에 모아서 학생부 차원의 교내대청소
를 시켰다. 6개월에 한번씩 통계내어 벌점을 단 한번도 받지 않은 학생은 문화상품권을 시상했다.
 
 
두발단속은 어떻게 했는가? 두발은 벌점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미리 계획을 세워 두발단속을 하는 날짜를 공지하였다. 그땐 두발 규정이 남학생은 귀끝라인과 옷깃까지였다. 예고된 두발단속날짜 1주일전에 다시한번 예고를 하여 그때까지 정리해오라고 하였다. 그래도 그 날짜까지 버티는 학생들이 있는데, 잘라올 때까지 점심시간 운동장 풀뽑기를 시켰다. 나도 같이 했다. 점심도 굶기고 시켰다. 물론 나도 같이 점심굶고 했다.
 
 
급식은 정말 안했는가? 아니다. 급식소에 미리 이야기해서 점심시간 끝나갈 무렵 고픈 배를 안고 학생부장,
학생기획, 그리고 학생들이 같이 밥을 먹었다. 이것으로 인해 민원이 생긴 적은 없다. 이 경우에는 학생들이 길어도 2일 후까지는 모두 정리해온다.
 

두발단속은 1학기에 보통 3~4회 정도 하였다. 매일 아침마다 교문에서 하는 두발단속은 너무 소모적이고 즉
흥적이며 일관성도 없어서 이런 식으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제일 말을 안 듣는 것은 바로 교사였다. 어떤 교사는 학생부에서 해야할 것을 왜 우리에게 시키냐고 소리지른 사람도 있다. 어떤 담임은 나도 학교다니다가 지각한 적 많았는데 뭘 이런 걸 체크하냐면서 아예 안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3달쯤 흐른 뒤에 교장선생님에게 부탁을 하였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더 좋은 방법을 찾기위해 학생부와 담임이 회의를 해야 한다. 예산으로 회식비를 제공해 달라고 하였다. 교장선생님께서는 흔쾌히 허락하셨다.
 

회식을 하기 전에 사전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상벌점 규정 하나하나 질문을 던지고 어느 것을 어떻게 수정하면 좋을 것인가? 상벌점 이외의 좋은 대안이 있는가? 학생부와 담임은 어떻게 상호협력을 해야 하며, 서로간의 업무의 한계는 어떻게 규정지을 것인가?
 

담임교사들로부터 설문을 받고 난 뒤에 그것을 통계내었다. 이것은 지난번 대전교컴수련회 설문통계와 같은 방식으로 내었다. 주관식답이었지만 오히려 생생하게 담임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회식자리에서는 그 결과를 가지고 다시 토론을 하였다. 이후 담임들의 협력이 두터워지고 서로에 대한 이해는 더욱 깊어졌음을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학기말에 이르자 무벌점 학생 통계를 내는데, 어느 학급이 너무 많이 나온 경우도 있었다. 이것은 아무리 서로가 의논을 해도 개인간의 성향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기습적으로 전 학급을 돌아다니며 규정에 의한 단속을 했다. 아무도 학생부장의 이러한 행동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담임도 미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사항을 타인의 시각과 맞추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왜 상벌점제도를 하는 것인가이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더욱 밀접한 사항인 지각, 교복, 흡연 위반에 대하여 교사마다 제각각 다르게 단속하는 비합리성을 없애며, 같은 교사라하더라도 기분과 상황에 따라 때리기도 하다가 넘어가기도 하는 등의 일관성의 부재를 없애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인격적인 대우를 해주느냐이다. 교복치마를 짧게 줄여입어서 다시 늘이라고 했지만 말을 안들으면 귀싸대기를 때려야 하는가? 학생생활지도의 폭력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다. 감정을 배제한 일관성있는 지도가 필요하다.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기 위해서 때리지도 않고, 폭언도 하지 않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방임이나, 먹히지도 않는 잔소리를 의미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규칙의 준수를 일깨우면서도 생활지도의 원시적 폭력성을 벗어나기 위해 상벌점제도를 만든 것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이 규정을 잘 지켰다.
 
 
그 전에 이런 제도가 있는 지도 잘 몰랐다. 그냥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당시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상벌점 기준과 기록표를 보면 미흡한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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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단속은 언제나 마음의 짐이었다. 우선 건물내 흡연은 강력하게 규제하였다. 미리 예고도 했다. 혹시 발견되면 체벌을 하겠다고 했다. 추운 겨울이 되자 딱 한번 누군가 걸려서 엉덩이를 맞았다. 그 남학생은 맞고나서 깎듯하게 잘못했다고 했다. 아무튼 건물내 흡연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당시 학교에는 비공식 흡연구역이 있었다. 가끔 한번씩 돌아봤다. 걸리면 난 상벌점표에 기록했다.(상벌점표는 전교사에 다 나누어주고 월말이 되면 학급별로 모아서 통계낸다.) 흡연단속은 웃으며 시작하며 웃으며 끝난다. 학생들은 미안한 듯 부끄러운 듯 고개숙이면서도 애교도 부린다.
"선생님 상점 2점 모으면 벌점 2점 없애줘요?"
"아니, 그건 별개로 두 개 다 남긴다."
"아휴, 선생님 어깨 주물러 드릴까요?"
"미래가 창창한데 너희들 폐가 시커멓게 되면 어떡하냐? 그만 좀 피우지? ^^"
 
 
하지만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 흡연을 많이 하는지 알고 있어도 자주 돌아보지 않았다. 열흘에 한번 정도...?  자주돌면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장소로 진출하기 때문이다. 나 아니고도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다른 선생님들도 가끔 돌아보신다. 우리 교사들은 그때 이렇게 약속했다. 흡연은 범죄가 아니다. 다만 잘못된 습관이다. 더구나 중독성이 강해 너무 심하게 단속하면 이 학생들이 주택가로 나서 피우고 들어올테니 어느 정도 구역을 묵인하되 단속은 가끔하여 학생들이 불안하게 피우도록 하자.
그러나 흡연은 그 당시에도 나에겐 숙제였다. 금연학교를 운영해볼까도 생각했으나 소수의 학생부 인원으로
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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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학생부장을 하면서 학생기획과 학생부내 다른 선생님들과는 대화를 아주 많이 하였다. 주로 내가 조언을 구했고, 실제로 도움도 많이 받았다. 학생부는 다른 선생님께서 굳이 부장에게 말하지 않고, 기획에게 말을 해도 모든 것이 소통될만큼 학생부내의 업무소통이 원활하였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부장혼자서 끙끙 앓고, 일부만 부서원에게 주문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오픈하고 업무적 고민을 함께 나누는 과정에서 부서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일의 성격이 같음에도 또다른 조직을 만들거나 소수가 소통하는 별도의 구조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산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효율성의 문제를 들 수 있다. 합의된 규정하에 담임에게도 매일 상벌점을 체크하게 한 것은 학생부가 전교생을 지도하는 것보다 더욱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담임도 열심히 하고 학생부도 함께 열심히 해야 한다. 담임도 열심히 하려면 무언가 학교 전체적으로 공통된 기준이 필요하고 그것은 학생부가 만들어주어야 한다.
 
 
효율적인 부서의 조직관리가 되어야 부서의 업무도 잘 돌아간다. 또한 학생부 내에서도 업무의 분배 문제에 있어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고자 했다. 서로가 처한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를 것이다. 그런데 나는 기다리기만 하지 않았다. 꼭 해야 할 일은 만나서 이야기했다. 어떠 어떠한 것이 선생님의 일인데, 이번에 이런 이유에서 해야 할 것 같다. 가능하겠느냐? 제가 도울 일은 없느냐? 선생님 생각은 어떠냐? 등등... 이름만 올려놓고 하지 않는 것은 다른 부서원에게 민폐이며,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의욕마저 꺾기 때문에 일단 들어온 사람은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명시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부장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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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이렇게 해서 학생부 운영을 잘 했느냐?
난 잘 모르겠다. 그냥 정신없이 1년이 흘러간 것 같다. 하지만 생각보다 학생들이 말을 잘 들어주어서 고마웠고, 큰 사고는 없었는 것 같다. 아니 큰 사고라면 큰 사고가 있긴 했으나, 훌륭하신 교장선생님과 학생부선생님의 도움으로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조용하게 정리가 되었다. 물론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서 스트레스가 쌓인다기보다는 그 학생들이 불쌍했고 잘해주고 싶었다. 죄는 분명하지만 교사는 경찰과는 다른 시선으로 접근해야하지 않겠는가?
 
 
2009년이 마무리되면서 교장선생님께서 부탁을 하셨다. 내가 당시 그 학교 5년 만기여서 다른 학교로 가야했었다. 교장선생님께선 1년 유임을 교육청에 부탁하겠으니 더 있으면서 학생부장을 맡아달라고 하였다. 난 잘 모르겠지만 그때 교장선생님도 그랬고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1년동안 학생들이 놀라울 정도로 안정되었다고 했다. 다들 학생부장 기피해서 더 시키려고 그런 말을 한 건지? 암튼 난 더 있을까도 했지만 우여곡절 속에 지금의 학교로 왔다.
 
 
학생기획을 자원했다. 부장을 할 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가끔씩 내 생각을 말하기도 하지만, 결정권의 크기가 다르다.  어쨌든 나는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우리 교사들은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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