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초 출장을 갔었다.
그곳에서 뵌 어느 선생님이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은 왜 시찌꾸리한 학교만 근무해요?

지난번 인문계고도 인문계같지도 않은 학교이고,

이번엔 아예 전문계에 근무하쟎아요?

전교상위권 학생들만 모인 그런 고등학교에 좀 근무해보세요."

 


우리 학교 학생들이 하소연한다.
"모 선생님이요 수업시간에 우리보고 쥐뿔도 없는 것들이 자부심 갖고 있다면서...

너희들은 나중에 장가도 못 갈 거라고.. 능력도 없고 돈도 제대로 벌겠냐?

어느 여자가 시집오겠나? 아마 필리핀 여자들이나 시집오겠지."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이 화가 나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우리집엔 예체능은 좋아하지만 공부를 잘 못하는 초5딸이 있다.
그런데 이번 담임선생님이 딸에게 그랬다고 한다. 음악시간에 계이름을 잘 못 적는 딸에게
"니는 도대체 잘하는게 뭐가 있노? 계이름도 못 적고... 쯔쯔쯔...."
딸이 울먹울먹하면서 근무중인 나에게 전화를 해왔다.
" 엄마, 담임선생님에게 무시나 당하고 학교다니기 정말 싫어...
  수학시간엔 몇 점 이하 점수 맞은 애들 일으켜세워서 공개적으로 망신주고...
  시험지 프린트도 몇 장만 컬러로 인쇄하고 나머지는 흑백으로 인쇄해서 나누어줘.

  누군 컬러주고 누군 흑백줘서 왜 우린 흑백주냐고 학생들이 물으니깐....

  선생님 대답이... 쟤들은 이쁘고 공부잘하쟎아."

................

 


우리 사회는
무엇이든 최고를 원하고 있다.
교사도 공부잘하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라야 대접받고 으쓱해지며
공부못하는 학생들만 모인 학교에서 근무하면
시찌꾸리한 교사가 되는 세상인가보다.
공부잘하는 학생에겐 컬러프린트로 인쇄해주고
전문계공고 고등학생은 필리핀 여자에게라도 장가가겠냐고
전문계교사가 학생에게 상처주는 세상이다.

.................

 


그렇지만
나는 지금 학교가 좋다.
질풍노도의 중학생활을 지낸 학생들이 우리 학교와서 반듯하게 마음잡고 노력하는 모습이 흐뭇하고,
아버지는 교도소가 있고, 엄마는 이혼후 전라도 어느 지역에서 살고 있어서...
혼자 살 수 밖에 없으면서도 결석한번 하지 않는 어느 학생이 너무 이쁘고...
부모둘다 복잡한 사정으로 집에 몇 달에 한번 들르는 통에 도서관에서 요리책 빌려다
음식만들어먹는 또다른 남학생도 이쁘고...
특별히 기계에 관심이 많아서 일부러 우리 학교 온 학생도 이쁘고...
중학교 때 길가에 세워둔 그랜져 훔쳐서 남원까지 타고갔다가 경찰에 잡힌 후 자퇴 재입학끝에
이젠 밝은 얼굴로 친구와 선생님에게 마음열고 있는 어느 학생의 모습도 이쁘다.

 

 

그렇지만 아직도 걱정거리를 내려놓을 수가 없다.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
괜챦은 취직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전문대 대충 가서 또 실업자가 되면 어떡할까?
고등학교 졸업이후
우리 학생들이 뛰어넘기 힘든 또다른 시련 속에서 좌절하지 않을까?
한번 찍힌 루저의 낙인이 그들의 미래도 옭아매지 않을까?

이젠 전문계에 근무하는 교사마저도 루저교사로 취급한다.

 


그래도 교사는 근무교가 자꾸 세탁될 수 밖에 없지만
그들은 출신고등학교를 바꿀 수가 없다.
나는 같은 교사에게 들은 "시찌꾸리"한 학교라는 그 표현이
중학교까지의 실수와 방심을 만회하려고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희망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지 착잡할 뿐이다.

 


부모잘못만나 그렇지 접하면 접할수록
숨겨진 재능과 의젓함, 가능성이 풍부한 우리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가 좀 더 많은 기회와 시간을 주지 않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학생들에게 거친 면이 있다면 사랑을 덜 받아서일 것이다.
그런 학생들에게 맞서서 꾸중하기 보다 더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데,
우리 교사들조차 결과지상주의, 성적지상주의에 빠져있는 것이 아닌지?
어쩜 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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