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는 대구경북에서 30여년 넘게 주로 고등학교 사회를 가르치시다가 정년퇴임을 하신 분입니다. 대구고 경북고 달성고 경덕여고 대구과학고 등에서 근무하셨고 지금은 문화유산지킴이회 회장, 대구소비자연맹자원봉사 진우회창설(퇴직교원단체)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계시며, 매주 1~2편씩 수백명의 지인들에게 유익한 메일을 보내주십니다. 이 페이지는 이종원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메일을 보관하는 곳입니다. 아버지의 메일을 받고 싶으신 분은 jooyun7@paran.com 으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금정산, 예림서원


 월여 전에 금정산 범어사를 다녀왔는데 운이 좋으니 다시 갈 수 있었다. 다른 모임(안사병중재구동문회)에서 버스 두 대로 범어사, 금정산, 다대포 분수대를 묶어 놀토(11/28)를 받아 찾게 된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다대포 세계 최대 분수는 11월 20일자로 가동을 중지시켰다니 다음으로 미루고 오는 길에 밀양 예림서원을 보기로 일정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문회원님께 본의 아니게 실망을 드린 점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저번에 왔을 때는 겨우 북문까지 올랐는데 이번에는 절 구경은 생략하다시피 하고 곧장 산행을 서둘렀다. 높이 801m, 그리 높지 않으니 정한 시간까지 정상을 다녀 올 수 있으리라 믿고 친구들과 발걸음을 재촉했다. 금정산성의 북문까지는 아는 길이니 비교적 쉽게 올랐고 여기서 고당봉(정상)을 보니 산 정상은 늘씬한 바위들이 몰려 있고, 계단을 만들어 둔 것이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저 정도면 명산(실제로 산림청이 정한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림)이라는 느낌이 온다. 발걸음을 더욱 바쁘게 움직인다. 동행하던 친구가 전화 받느라 약간 쳐졌는데 내 생각만 하고 열심히 정상으로 향한다. 북문에서 약 20여분 오르니 계단이 나오고 이내 정상이다.. 거대한 암봉이 눈앞에 전개된다. 이름하여 고당봉, 정상에 오른 기념으로 등산객의 도움으로 독사진을 찍었다. 앞이 탁 트이지만 얕은안개가 동해 바다를 가로 막는다.


주변 등산객에게 금샘의 위치를 물어보니 아뿔사! 정상에서 약간 아래 바위 무더기가 있고 거기에 샘이 있다는데 자기도 확인은 하지 못했단다. 여기까지 애써 올라온 주목적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옛날 이 샘에 하늘에서 오색찬란한 물고기가 내려와 살았다고 해서 금정산(金井山)이 되었다는데...


12시 반 부터 예약된 식당에서 식사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5분 전 12시다. 올라오는데 약 1시간 반이 걸렸으니 날아간대도 불가능하다. 하여간 서두르는 수밖에 없다. 동행했던 친구도 놓쳤고 마음은 급하니 무작정 뛰다시피 해서 너덜 길 까지 와서야 친구를 만났다. 자기도 정상을 올랐는데 나를 만나지 못했단다.. 내리막길에는 등산화보다 신발바닥이 두둑한 게 좋다. 마침 운동화를 신고 와서 바위 돌을 뛰어 내려도 충격이 거의 없다. 중심만 잘 잡으면 된다.


식당에 도착하니 12시 40분이다. 약간 늦었다. 올라 간 시간의 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 이정도 몸을 유지할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범어사 주차장의 유일한 식당 '사찰휴게소'에 맛도 보지 않고 산채비빔밥(5000원)으로 예약해 두었는데 만나는 동문마다 맛있다고 인사를 한다. 거기다가 대구의 명주 '팔공산 동동주'80병을 준비해서 반주로 삼으며 동문 간에 정을 나누는 좋은 시간이 된 것 같아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예림서원은 점필재 김종직(1431-1492) 선생을 모시는 곳이다. 영남학파의 종조(宗祖)인 그가 생전에 쓴 조의제문(弔義帝文)으로 인하여 사후 6년 뒤 부관참시를 당하게 된다. 그가 쓴 조의제문은 항우(項羽)에게 죽은 초나라 회왕(懷王), 즉 의제(義帝)를 조상하는 글을 지었는데, 이것은 세조에게 죽음을 당한 단종(端宗)을 의제에 비유한 것으로 세조의 찬탈을 은근히 비난한 글이다. 


조의제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정축년(丁丑年) 10월 밀양에서 경산으로 가다가 답계역(踏溪驛)에서 잠을 잤다. 꿈속에 신선이 나타나서 "나는 초나라 회왕(懷王: 의제) 손심인데 서초패왕(西楚覇王: 항우)에게 살해되어 빈강(彬江)에 버려졌다"고 말하고 사라졌다. 잠에서 깨어나 생각해보니 회왕은 중국 초나라 사람이고, 나는 동이 사람으로 거리가 만리(萬里)나 떨어져 있는데 꿈에 나타난 징조는 무엇일까? 역사를 살펴보면 시신을 강물에 버렸다는 기록이 없으니 아마 항우가 사람을 시켜서 회왕을 죽이고 시체를 강물에 버린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제야 글을 지어 의제를 조문한다.(연산군 일기 4년 7월 17일)"


김종직의 제자 김일손이 조의제문을 사초에 올렸고 반대파인 이극돈(훈구파)이 선비들을 싫어하던 연산군을 부추겨 사림파들을 제거한 것이 바로 무오사화다.


위 글을 보면 은근히 중국의 고사를 인용했지만 직접적으로 단종의 죽음과 관련되지는 않는듯 한데 선비들끼리 감정 대립이 숱한 피를 불러왔고 이후 계속 사화가 일어나는 단초가 된  것이니 조선의 비극은 이때부터 잉태했던 것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마침 서원 앞에서는 면민들의 한마당 잔치가 벌어졌다. 우리 동문들도 서원구경보다 함께 어울려 한바탕 놀기도 했다. 감히 서원 앞에서 풍악을 울리다니! 조상들도 요즘 세태를 이해하시는지?


대구에 도착하여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내년을 기약하면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다. 무사히 끝난 것이 너무나 다행스럽다. 동문 선후배 여러분의 협조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당초 참석 예정 인원이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것을 설명할 길이 없음을 안타까이 여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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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보제루 옆에서 차 한잔을 마시는 회원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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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제루 현판 밑에 금강계단이란 작은 현판도 있다.동도사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불사리를 설치하고 수계의식을 하는 곳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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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기끼리 찍었다. 두 사람은 행방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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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문에서 정상으로 이어진 금정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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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당봉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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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본 고당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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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이 쉽게 오를 수 있도록 계단이 잘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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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독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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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북쪽으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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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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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바위에 금샘이 있다는데...미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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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라 많은 사람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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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림서원 앞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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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대회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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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림서원의 독서루, 서원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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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림서원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다. 역광이라 작품이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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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림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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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을 둘러보고 있는 동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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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5
등록일 :
2009.11.30
09:20:20 (*.1.18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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