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비로봉
대게 높은 산의 제일봉을 비로봉이라 한다. 팔공산도 예외는 아니다. 흔히 동봉(1168m), 서봉(1153m)은 알지만 비로봉(1192.8m)은 잘 모른다. 그럴 이유가 40여년 군사시설로 사람들의 발목을 잡아두었다가 지난해 11월에야 개방했기 때문이다.
내일(4/5) 친구들과 비로봉을 오르기로 되어있지만 다른 일정이 허락지 않아 오늘 혼자라도 오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급행 1번에서 내린 시각이 10시다. 쾌청한 날씨에 기온도 적당하다. 탑골 능선(케이블카방향)을 따라 한발 한발 옮긴다. 혼자라는 게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모든 게 내 마음대로다. 얼마만큼 올라 몇 번이나 쉬든, 몇 시까지 어디에 도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전혀 없다. 오늘 중으로 비로봉을 오르고 무사히 집에 도착하면 되는 것이다.
케이블카 종점에 닿으니 45분이 지났다. 산을 오르는데 내리막이 있다는 게 여간 다행이 아니다. 이때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내리막이 끝나니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다. 그래도 여유가 있으니 그리 힘든 줄도 모르고 동봉이 눈앞에 보이는 봉우리에 올랐다. 병풍바위며, 비로봉, 서봉은 말할 것도 없고 동봉 아래 저만치 염불암도 보인다.
수태골과 염불암으로 갈라지는 네 갈래 길을 지나자 말자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데 가까이 가보니 아이스케이크 장수다. 1000원 한 장이 이렇게 고마울 줄 몰랐다. 목도 축이고 단조로운 산길에 변화를 주니 그 무엇보다도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다음에 용돈이라도 필요하면 이렇게라도 할 수 있겠다는 부질없는 생각도 하면서.
비로봉 오르는 길로 접어들 무렵, 그쪽에서 오는 등산객을 만나 정보를 물어보니 별 무리 없이 갈 수 있단다. 안내판에 400m를 가리킨다. 정상 부근에 가까울수록 산길이 질퍽질퍽하다. 며칠 전 내린 비에다, 밤이 되면 얼었다가 녹는 바람에 나타난 현상이리라. 이때 뒤에서 누가 말을 걸어온다. “어르신, 혼자 오셨나요?” 뒤를 돌아보니 낯선 사람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쉽게 말을 잘 붙이지 못하는 성미를 아직껏 고치지 못하고 사는 주제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자기도 친구와 동행키로 했는데 부도를 냈단다. 이렇게 하여 동행자가 생겼다. 불과 몇 백 미터밖에 되지 않았지만.
비로봉에 올라 표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게 등산객의 작은 소망인데 표석이 없다. 누가 바위에 비로봉이라고 긁어놓기는 했지만 명산에 어울리지 않는 솜씨다. 아마 개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미처 준비를 못했으려니 짐작할 뿐이다. 동행자에게 부탁하여 여기 올라온 표를 냈다. 12시 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비로봉 남쪽에 널찍한 평지가 있어 거기서 둘의 밥상을 차렸다. 산을 오르는 것은 혼자라도 좋지만 식사는 함께 하는 게 좋다. 수인사를 하고보니 내가 사는 아파트 이웃에 살고, 나보다 10여세 적은, 아직 직장생활을 하는 그런 분이다. 준비해온 커피며, 맥주를 얻어 마시면서 잠시 좋은 시간을 가졌다. 수태골 입구에 차를 대 놓았으니 동행하면 된다는 호의도 제안한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당초 목표는 동봉도 오른다고 생각했는데 동행자는 이미 다녀 온 상태이니 차마 동봉을 또 가자고 할 수는 없고, 염불암 방향으로 내려갈 수 있는지 물으니 차를 주차해 둔 수태골 쪽으로 가야한단다. 아쉽지만 여기서 헤어졌다.
염불암이 언제 생겼는지 잘 모르지만 큰 바위에 새긴 마애불을 사진에 담고 싶어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위 서면에는 아미타불, 남면에는 관음보살을 새겼는데 입체감이 없어 아쉽지만 선이 굵어 뚜렷한 인상을 준다. 대구시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는데 극락전 앞의 청석탑도 같은 문화재다.
내려가는 길은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시멘트 포장길이다. 아무래도 부담이 되지만 부도암과 부도(문화재자료34호)를 볼 수 있었고 특히 부도암은 큰 돌을 네모지게 잘라 쌓은 돌담이 아주 인상적이다. 돌담을 보려면 여기에 와보라고 자신 있게 권 할 수 있다. 양진암, 내원암 가는 길을 익혀 두었으니 다음에 찾을 때 도움이 되리라.
다시 버스에 올라 시간을 확인하니 2시 반이다. 산에서 4시간 반을 보낸 것이다.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는 말대로 평범한 일을 무사히 마침을 감사드리고 250만 대구시민들에게 무한한 위안을 주는 팔공산, 앞산을 두고두고 오르면서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1986년에 세웠고, 대구시장 이상연 글쓴이 이효상 등 기억나는 분들이 있다>

<전이갑 장군 순절비, 최근에 세운 듯하다>

<고려 개국에 신숭겸 장군만이 공을 세운 게 아님을 깨닫게 한다>

<케이블카 좀점 부근에 있는 출처 불명의 5층탑>

<비로봉(송신탑이 있는 봉)과 동봉(우측)이 한층 가깝게 보인다>

<염불암도 멀리 보이고>

<서봉 서편으로 멋진 바위산도 보이고>

<마치 인조바위같은 것도 있고>

<칼날같은 두 개의 바위가 마주 보며 작은 통로를 만들기도 하고>

<여기서 아이스케이크를 사 먹었는데 하산시에는 없었다. 장사 잘 했나보다>

<동봉, 서봉, 비로봉으로 갈라지는 곳>

<제일봉답게 제를 올렸던 곳임을 알리는 제천단, 비로봉 바로 밑에 있다>

<피로에 지친 모습이 역역하네요>

<가까이서 본 비로봉>

<비로봉에서 본 동봉>

<비로봉에서 본 서봉>

<비로봉에서 본 케이블카 종점, 휴게소>

<염불암, 극락전>

<극락전 불상>

<염불암 서면의 마애불, 아미타불로 본다>

<염불암 남면의 마애불, 관음보살로 본다>

<마애불 안내판>

<염불암 극락전 앞의 청석탑>

<청석탑 안내판>

<염불암 전경>

<염불암 오르는 길에 공든 탑이 많이 서있다>

<부도, 이 부도의 주인공은 잘 모르지만 이 부도로 말미암아 부도암이란 암자가 생겼단다>

<부도 안내문>

<부도암 담장>

<부도암>

<부도암 입구, 양쪽 담장이 에술품이라해도 좋겠다>

<비구니들의 수도도량이라 출입을 금한다>

<팔공산 입구 분수대 부근에 롤러스케이트장이 멋지다>

<전에 없던 인공폭포장, 지금은 휴식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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