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논란’의 주인공인 뉴라이트 지식인들이 책을 냈다. <건국 60년의 재인식>(기파랑)이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같은 제목으로 성신여대에서 진행된 특강 내용을 정리했다.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이영훈 서울대 교수,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전상인 서울대 교수,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 노재봉 성신여대 객원교수 등 12명의 육성을 활자로 옮겼다. 복잡한 개념과 논리를 피하고 쉽고 직설적으로 ‘건국의 역사관’을 설명하고 있다. 덕분에 뉴라이트의 역사인식을 적나라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그 대강을 주제별로 정리했다.

지식인들 앞다퉈 ‘권위주의’ 변호
친일·독재·부패 과거사 ‘무시’
반공·국가주의·성장주의 강조

■ 건국의 주역, 이승만

이승만을 건국의 유일무이한 주역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책 전체를 가로지른다. “이승만은 대한민국 건국에 절대적으로 공헌한 건국 대통령이다.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것은 하느님과 밤새도록 씨름한 끝에 드디어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낸 야곱의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위업이다.”(유영익 연세대 석좌교수)

‘절대적 공헌’의 핵심은 공산주의와 맞선 데 있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이승만 대통령은 좌우합작이라든지 남북협상 방식에 따른 통일을 거부하고 미국과의 연대를 선택함으로써 양극적 냉전 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했다”고 평가했다.

그런 재해석 위에서 노재봉 성신여대 객원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국가가 어떤 상황에 놓였더라도 사상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절대권력을 정당화하려고 자신을 우상화한 적이 없다. 그는 고독한 국가 건설자였다.” 3·15 부정선거와 독재적 리더십, 생전에 세워졌던 동상 등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러면서 “아직도 (대한민국) 창건자인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 하나 없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 반공주의와 남북 체제경쟁

이승만을 정점으로 내세우는 ‘건국론’의 바탕에는 냉전 시대에 팽배했던 남북간 체제 경쟁의 논리가 있다. 거의 모든 필자가 북한의 폐쇄성과 낙후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노재봉 교수는 “그런 세력(공산주의자들)과 싸워서 세운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며 “대한민국은 세계적 성공의 모델로, 북한은 실패의 모델로 드러났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해방 정국의 ‘체제 반대세력’을 언급하면서 “이런 문제는 강제적 수단으로 해결된다. 일부는 그렇게 (강제적 수단으로) 제압되고, 나머지는 6·25 전쟁을 계기로 제압됐다”고 썼다.

한-미 동맹의 가치도 강조했다. 김영호 교수는 “건국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적, 경제적 발전은 한-미 동맹의 틀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인식하고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대한민국은 미국과 같은 좋은 친구를 항상 가까이 두는 것이 생존과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썼다.

■ 권위주의의 불가피성

권위주의에 대한 재해석 또는 변호도 눈에 띈다.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는 “그래도 권위주의가 전체주의보다는 낫다.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완전하진 못하지만 반대 세력이 있다. 그래서 4·19 혁명도 할 수 있었다. 권위주의 체제에서 적어도 자유민주주의가 싹틀 수 있는 기틀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안병직 뉴라이트 재단 이사장도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해) 분단을 고착화하고 대외의존성이 강했으며 권위주의 체제였다는 비판이 많지만, 그런 결함은 당시 상황에서 불가피했다”고 썼다.

이런 논리는 박정희에게도 적용된다. 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이) 10월 유신을 감행한 여러 원인 가운데 중화학공업화를 빼놓을 수 없다”며 “대통령의 권력이 무소불위였기 때문에, 정치적 간섭이나 고려를 일절 배제한 채 최대 효율만을 추구하는 공학으로 중화학공업을 건설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그에 따라 정치적 긴장과 불만이 생긴 혼란의 와중에 박 대통령은 비명에 갔지만, 그가 건설한 공장은 살아남았다”고 썼다. 10월 유신의 불가피성을 변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 민주 세력 비판과 강력한 지도자론

친일·독재·부패의 과거사를 비판했던 민주화 세력에 대한 강한 부정도 특징이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혼란이 있었다”(김영호 교수),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무지막지하게 부인한 세월이 지난 10년이었다”(강경근 숭실대 교수), “민주화 세력의 사상적 주도권을 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이념은… 기존의 공산주의와 다를 바 없다”(안병직 이사장).

곳곳에서 강력한 지도자상을 강조하고 있는데, 최근 이명박 정부의 ‘공안 드라이브’와 연관하여 곱씹을 대목이다. 이영훈 교수는 60년대의 한-일 회담을 굴욕외교라고 비판했던 당시 여론을 거론하면서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은 굴복하지 않았다. 오늘날 돌아보면 누가 옳았는지 분명하다. 결국 박 대통령이 옳았다”고 말했다.

필자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김세중 연세대 교수는 이승만의 타락과 독재를 일부 비판했고, 안병직 이사장은 민주화 세력의 가치를 부분적으로 긍정했으며, 김일영 교수는 냉전 시기의 정치공학을 분석하는 데 방점을 뒀다. 그러나 대부분의 필자들은 반공주의, 국가주의, 성장지상주의 등을 뼈대로 70·80년대 <국민윤리> 교과서와 다름없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공화주의적 애국심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실현할 때 발생하는 정신적 가치다. 국가가 자신의 생명·자유·재산을 보호할 때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책에 등장하는 김영호 교수의 글이다. 뉴라이트 지식인 스스로 곱씹어 봐야 할 지적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사진 기파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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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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