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장이란 자리는 언제나 조바심이 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서류도 아니요, 컴퓨터도 아니요,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학생들과 상대하고
그들과 소통하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리더십이란
어떤 명령이든 이의를 달지 않고 무조건 따르라가 먹히는 것을 의미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학생이든 교사이든 같은 인간이란 전제하에 가치의 기준을 두어야 하지
학생이니깐 이것은 지켜야 한다는 것은 납득시킬 수 있는 논리가 아니다.
교사의 말에 무조건 따르라는 단지 관습일 뿐이며,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학생의 규범위반이나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 폭언이나 폭력행사는 교사비행이다.
그렇다면 요즘같이 발칙하고도 도발적인 청소년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동영상을 찍어대고 고발을 협박하는 학생들앞에서
차라리 손해 안볼려면 무얼 하든지 내버려두고 책임지려 하지 않고, 고치려 애쓰지도 말아야 한다?
우리 학교에 5년있는 동안
다양한 유형의 학생들을 만났다.
대체로 공부와는 아주 거리가 멀고,
기초학력이 지나치게 부족하여 도저히 교과수업을 알아들을 수 없으며,
온갖 악행에 다른 학교에서 권고전학으로 쫓겨온 학생.
왕따를 견디다 못해 갈 데 없어 우리 학교에 온 학생.
인문계고 입시에 떨어져서 2차로 들어온 학생
자폐증으로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학생.
신체가 비정상적으로 작아 도저히 고등학생으로 볼 수 없는 학생.
교복은 1년에 한번 빨아입을까 말까... 그런 옷으로 등교하는 학생.
부모가 바지단을 줄여주었는데 좌우 바지길이가 20센치가 차이나게 희한하게 꿰매주고 입혀보내는 부모의 아들.
교사가 말하면 반말로 욕하고 대들고 수업시간에 맘대로 가방들고 집에가고
심지어 교실에서 똥을 싸는 정신지체 학생들도 뒤섞여 있는 학급.
이런 학교에서 학생부장을 감히 하겠다고 하다니...
학생부에까지 오는 학생들은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교사들의 매, 부모의 호소와 눈물, 가짜자퇴서, 각서, 폭언, 강제권고전학, 집단성폭행, 매독감염, 오토바이사고, 금품갈취 등등.
그런 학생을 붙잡고 내가 다시 매질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목소리 높여가며 꾸중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난 그들에게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들을 범죄인 다루듯이 하지도 않고, 그들을 교사의자옆에 꿇어앉히지도 않는다.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한다..
감정을 배제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학생의 말을 귀기울여 듣는다.
일단 그 학생이 하는 말은 수용을 한다.
그러나 대질조사서 및 주변 조사와 맞지 않으면 가차없이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사건의 객관적 모습은 다 밝혀진다.
며칠간의 봉사활동이 주어지면
청소보다는 상담에 치중한다.
너의 어릴 적 시절은 어땠니?
들어주고 어느 정도 이야기의 맥이 잡히면 글을 쓰게 한다.
너의 초등, 중학교 시절은 어떻게 지냈니?
너랑 친한 친구는 누구인지 이름과 친한 이유를 써봐.
이건 너를 벌주기 위해서가 아니야.
선생님은 잘못된 것이 있으면 처벌을 당연히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를 도와주기 위해서 이 자리에 있는 거란다.
너랑 친한 친구를 쓰다보면 너의 일상생활도 알 수 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참고할 수 있어.
너를 도와줄 길이 더 잘 열리기 때문이야.
너의 장단점을 나누어서 한번 써봐.
다른 뜻은 아니야. 네가 네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야.
너의 부모님 이야기 좀 들려줄래?
아버지는 어떤 분이고 어머니는 어떤 분이니?
아버지랑 좋았던 일, 나빴던 일은?
어머니랑은?
일부러 좋게좋게 쓰지말고...네가 원하지 않으면 이 글 비밀로 하는거니깐
부모님에게 속상한 일, 섭섭한 일 있으면 여기에 써 봐.
선생님이 혹시 도와줄 방법이 있을지 아니?
글을 읽을 땐 행간에 숨은 느낌을 찾아내야 한다.
그 숨은 행간을 토대로 다시 질문을 던진다.
아버지랑 어머니는 왜 사이가 안좋아?
아버지가 바람피워서 엄마랑 싸웠는데, 아버지가 엄마를 십여년 구타하셨어요.
저는 아버지처럼 몸이 커지면 아버지를 막아 엄마를 지켜주겠다고 어릴 때부터 결심했는데,
중3 학기초에 또 아버지가 엄마를 때리자 제가 말렸는데도 폭력을 멈추지 않자
저도 아버지를 향해 달려들면서 아버리를 밀쳤어요.
그 순간 아버지가 경찰에 전화했고, 경찰이 우리집에 오자 경찰에게 저를 잡아가라고 했죠.
아버지를 때리는 아들은 범죄자라면서. 데려가라고 계속 소리지르고
오히려 경찰이 아버지를 설득하고.
경찰덕분에 저는 파출소에 안 갔는데요
그 날 이후 전 아파트 옥상에서 잠을 자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괜히 친구들에게 시비걸고 싸움만들고..
이번에도 지난 학교 친구와 싸움이 붙었는데,
강제전학으로 여기 온 거예요/
......................
아니 어떻게 추운데 아파트 옥상에서 자?
부모님이 서로 상대방전화를 수신거부해놓을 정도면
가정에서 부모는 전혀 대화는 없는거니?
저는 다른 형제도 없이 저혼자 그런 부모랑 그런 집에서 지금까지 살아왔어요.
순간 내 목소리가 울컥 하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많이 힘들었지?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남학생이 너무 가여웠다.
내가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으랴?
다만 지금까진 누가 그 입장이라도 너만큼 힘들었을 거다.
그러나 이제 곧 주민등록증이 나올 만큼 너도 이제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데,
이제는 부모의 그림자보다는 너 자신의 의지가 더 중요한 나이가 아니겠니?
비록 어려운 환경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자신'이니깐
한번 노력해보자.
선생님도 도와줄께.
.....................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상담.
어릴 적 꿈은 있었니?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걸 글로 써보기
너랑 아버지와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너부터 어떻게 노력하면 될까?
한번 적어보자.
너의 미래는 어떻게 채워나가고 싶니?
그 미래를 위해 지금 준비해야할 것이 있을까?
징계를 받는 과정에서 한 학생이 써내는 종이는 10장 정도 된다.
이렇게하다보면 거의 모든 문제학생들은
어느 순간 눈썹에 힘이 빠지고 표정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한다.
내가 학생들을 존중하면
그들도 교사들을 존중하고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 학생들과
9월29일~ 10월1일 사이에
의성야영장에 야영체험을 다녀왔다.
그 중 일부분의 기록이다.
의성군 다인면의 안개낀 농촌마을

낙엽이 빠알갛게 물들기 시작하면
가을 들녁엔 황금비단이 깔리기 시작한다.

그 옆에선 갈대가 하얗게 반짝이며...

낙오자 챙기기
의성 비봉산 대곡사 입구.

대곡사에서 암자로 올라가는 길에는 가을 낙엽이 바스락 거리고 있었고

네가 이제 가야 할 곳은?

단풍대신 소나무가 가을에 남긴 것!

벌레들의 식탁

겨울을 잡아끄는 나무 손가락

강아지를 좋아하는 나비

대곡사 나한전
고려 공민왕 때 처음 세운 이 절은 조선시대 정유재란 때 불타 중창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대곡사 대웅전의 건축양식은 조선시대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다포양식이다.
기둥위에만 포가 있으면 주심포,
기둥과 기둥사이에도 포가 있으면 다포양식.

대곡사 명부전.
고려시대 이규보의 대곡사 탐방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최초 건립시기는 11세기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나
임진왜란 때 불에타 선조 때 중창하고 숙종 때 중건하였다.
17~18세기 건물로 추정하고 있다.

대곡사 대웅전 앞의 탑
푸른빛이 도는 점판암을 사용하여 청석탑이라고 부른다.
전국에 청석탑은 12개 정도가 남아 있으며
전형적인 고려시대의 탑 양식이다.
의성 대곡사에서는 고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몸돌(탑신)은 없어지고 지붕돌(옥개석)만 남은 상태이다.
아래 사진은 가까이에서 찍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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